최근 몇 년 사이, 시골집을 매입해서 세컨드하우스나 주말 농장으로 꾸미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. 하지만 많은 사람이 ‘감성적인 전원생활’만 기대한 나머지, 현실적인 리모델링 비용과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. 이 글은 우리 가족이 실제로 겪은 시골집 리모델링 실패 사례를 바탕으로, 공사 단계별 문제점, 세부 비용 내역, 그리고 무엇을 미리 체크했어야 했는지를 낱낱이 기록했다. 시골집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현실적인 정보다.
아버지가 고향집을 리모델링하고 싶어 하셨다
2023년 초, 아버지는 본가가 있던 전북 정읍의 시골집을 다시 고쳐서
주말마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쉼터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.
70년대에 지어진 기와지붕 흙집 구조였고,
20년 넘게 방치된 터라 안팎이 거의 폐가 수준이었다.
“벽만 새로 바르고, 지붕 손만 보면 얼마 안 들지 않겠냐?”
아버지의 말처럼 우리도 단순히 ‘도배하고 페인트 칠’ 정도로 끝날 줄 알았다.
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, 더 비쌌다.
본격적인 공사 시작 – 예상보다 훨씬 큰 작업들
1) 벽면 곰팡이 제거 + 단열 시공 → 예상 외 비용 폭탄
벽면은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.
곰팡이와 습기가 전체에 퍼져 있었고, 단순 페인트칠로는 감당이 안 됐다.
- 내부 석고보드 전체 철거 → 단열재 재시공 → 석고보드 재설치 → 도배
- 예상 비용: 약 150만 원 → 실제 비용: 380만 원
2) 화장실 전면 리뉴얼
예전엔 푸세식이었고, 물도 제대로 안 나왔다.
아버지는 간단히 “양변기만 바꾸자”고 했지만,
배수관부터 수도관까지 전면 교체가 필요했다.
- 예상 비용: 100만 원 → 실제 비용: 280만 원
3) 전기공사 누락 → 추가 공사비 발생
처음에 공사업체에서 전기 배선은 기존 그대로 둬도 된다고 했지만,
공사 중 정전과 누전이 반복되면서 결국 전기 배선 전면 교체 결정.
- 추가 전기공사비: 220만 원
가장 큰 문제 – ‘입으로만 계약’한 공사 업체
우리가 정말 큰 실수를 한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.
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소규모 리모델링 업체였고,
처음엔 구두로만 견적과 스케줄을 잡았다.
“이 정도면 1,000만 원 안쪽으로 끝날 거예요. 제가 싸게 해드릴게요.”
하지만 실제 공정마다 자잘한 추가요금이 붙었고,
견적서도 없으니 이걸 따지고 들 근거도 없었다.
실제 총공사비
- 예상: 약 950만 원
- 최종: 1,980만 원
공사가 끝난 뒤, 아버지는 말없이 담배를 피우셨고,
어머니는 “차라리 새 집을 지을 걸 그랬다”고 하셨다.
시골집 리모델링 전 꼭 확인해야 할 5가지
- 사전 구조 점검 필수
– 물리적인 균열, 배관 노후도, 전기 상태는 전문가와 함께 체크해야 함 - 단열 문제는 무조건 체크
– 시골집은 벽체가 얇거나 곰팡이가 많아, 여름엔 덥고 겨울엔 냉장고가 됨 - 공사 계약은 무조건 서면으로
– 견적서, 세부 공정, 추가요금 발생 조건 등 문서로 받아야 나중에 분쟁 방지 - ‘단순 페인트’로 안 끝난다
– 오래된 집일수록 ‘벽+배관+전기’는 삼대장. 무조건 셋 다 손봐야 함 - 임시 숙소 비용도 고려
– 공사 중에는 가족들이 머무를 곳이 없으니, 단기 숙소 비용도 예산에 포함시켜야 함
감성과 현실 사이
우리 가족은 ‘정겨운 고향집을 다시 살리자’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,
결국엔 시간, 돈, 감정 소모가 심했던 프로젝트가 되었다.
그래도 공사 후에 아버지가 작은 마루에 앉아 말씀하셨다.
“그래도 이 마당에 다시 앉을 수 있어서 좋다. 이건 돈으로는 못 사지.”
그 말에 가족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.
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리모델링의 어려움과 가치를 동시에 배웠다.